새집에서 첫 끼니를.

새로운 집으로 9/3일에 이사를 들어왔다. 짐을 싸고 (거의 P가 큼직한 것들은 다 정리) 짐을 옮기고(이삿짐센터 부름)
짐을 정리하고(엄마와 내가) 며칠째 새집에서 지내는 중이다.

늘 혼자 살다가 큰 방이 예전 내 원룸만한 아파트로 이사를 들어왔더니 - 방 하나 닦는 것에도 팔이 아파서 빠질 것 같았다.
하지만 휑한 방들이 덩그러니 있는 것도 좋고 - 혼자서 뒹굴거리면서 엎드려서 일기를 쓰고 음악을 듣고 하는 것들도 좋다.
이 여유로움도 이제 두달 남짓 남았다. 

어제는 P가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걸 도와주러 집엘 들렀다. P가 퇴근하고 집 근처까지 도착하면 (월요일은 더 빨리 도착한다고 한다) 7시 30분인데 마트에 들려서 기린 이치방, 스텔라를 사서 집까지 오니 8시 무렵이 됐다.

우리 아파트는 재활용(종이, 박스, PT병, 플라스틱, 캔, 병 등등) 쓰레기 내놓는 시간이 월요일 밤 10시부터 화요일 아침 10시까지라서 이사하면서, 어머님한테 물건들 받아오면서 나온 박스며 포장이 방에 가득 쌓여있어서 겸사겸사 재활용 쓰레기도 같이 버리고 정리할 겸 집에 들렀다. (10시부터 땡 하고 시작해서 다 정리하고 오니까 거진 10시 40분. 방이 덕분에 깨끗해졌다.)

난 6시 30분쯤 슬슬 퇴근해서 집에 가는 길에 ㅈ마트에 들렀다가 저녁으로 뭘 해야하나 고민했다. 어제 이모한테 묵은 김치 세포기, 깍두기 조금을 얻어오면서 그 김치로 돼지고기 조금 넣고 김치찌개를 했더니 맛있었다는 이모의 말씀이 생각나서 - 부대찌개로 메뉴를 결정. 꽁치 김치찌개를 하려다가 P가 고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우리집에서의 첫 끼니는 역시 부대찌개로.
하지만 나중에 해먹으려고 펭귄 꽁치통조림을 하나 사왔다.

양파를 사려고 봤더니 1KG씩 망으로 팔길래 안 샀고, 콩나물도 넣으려다가 대신 팽이버섯 두봉지를 샀다.(한봉지를 다 털어넣었다.) 두부도 넣으면 맛있다고 하던데 - 어차피 저녁 한 끼만 같이 먹을거라서 팽이버섯만 넣기로.

집에 와서 어머님이 주셨던 선물세트에서 나온 리챔을 2/3 자르고 ㅈ마트에서 사온 마늘을 편으로 썰고 이모가 주신 김치 한포기를 꺼내서 예쁘게 잘랐다. 다 넣기엔 양이 많은 것 같아서 조금 남겨서 반찬통에 넣어두고 또 조금은 4첩 반찬그릇에 담아냈다. 찌개에 김치가 들어갔으니까 반찬으로 김치를 많이 먹진 않겠지 싶어서. 집에 라면이 감자면이랑 얼큰한 맛 너구리 밖에 없어서 감자면을 꺼냈다.

물론 오자마자 쌀을 씻어서 밥솥에 일반밥으로 앉히고 밥이 되는 40분동안 부대찌개를 시작.

포기김치를 먼저 넣고 깍두기 조금이랑 국물을 붓고 식용유에 조금 볶았다. 볶다가 편낸 마늘을 넣어서 다시 볶았다. (전자렌지 화력이 세서 금방 달궈지고 달달 볶으면 신난다.) 정수기에 500ml만큼 물을 받아서 냄비에 붓고 팔팔 끓이기 시작. 조금 후에 간을 봤는데 김치만 넣어도 맛있다... 감동 ㅠㅠ 이모네 김치 최고다.

하지만 라면 스프를 안 넣으면 어쩐지 섭하니까 라면 스프 조금을 넣었다. 그리고 리챔을 마저 넣고 끓이다가 다시 간을 보니까 진짜 너무 맛있다. 그리고......... 팽이버섯까지 씻어서 넣고 다시 간을 봤다. 싱거워졌다...!!!????????????????! ㅠㅠㅠ 슬프다.

슬퍼하고 있을 무렵 P가 도착. 사온 맥주를 냉장고에 넣고 밥 언제주냐고 징징대기 시작...
센스돋게 치즈랑 다진 마늘을 사온 P. 다진 마늘은 나도 아까 마트에서 봤는데 깐 마늘이 더 싸서 깐 마늘 쓰려고 안 집어온건데 이 남자가 다진 마늘을 겁도 없이 집어와???!!!!!!!!!!!!!!!! 여튼 감칠맛을 더 더해보고자 다진마늘 두 숟가락을 넣음. 그래도 역시 처음처럼 김치맛이 살아있는 국물이 아니다 ㅠㅠ 어쩔 수 없지.

밥이 다 됐고 P가 주걱으로 섞어주려고 뚜껑을 열었는데 ㅋㅋㅋ이게 왠걸 ㅠㅠ 밥이 아니라 죽이다 이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도 맛있게 먹지 않으면 앞으론 저녁밥이 없으리... 김자반까지 덜어서 반찬그릇에 내고 냉장고 아저씨가 처음 언 얼음은 다 버리라고 해서 정수기에서 얼음을 다 빼고 봤더니 맥주를 꽂으면 딱이겠길래 맥주 두개 꽂아서 밥상 차림.

치즈 얹은 부대찌개(말이 부대찌개지, 김치찌개임 ㅋㅋㅋ)에 맥주랑 죽같은 밥으로 집에서의 우리의 첫 식사는 마무리!

+ 그 전에 이것저것으로 나 혼자 서운해있다가 - 회사에서 카톡을 보냈다.
  하지만 폰 밧데리가 없어서 P는 퇴근 무렵에 확인했고 - 이미 난 화가 누그러져있었고 집에서의 첫 식사인데 안 좋은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밥먹고 치우고 소파랑 거실장을 핸드폰으로 같이 고르다보니 재활용할 시간.ㅠㅠ 
  또 유야무야 별 얘기 없이 우리는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나갔다.
  이 부분에 대해서 오늘 다시 P에게 말하고나니 따로 시간을 내서 그런 이야기를 하자고. 
  늘 좋을 때만 있을 순 없으니까. 서운한 것들을 꺼내서 다시 얘기하고 서로 맞춰가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덧글

  • ㅇㅇ 2014/09/16 12:31 # 삭제 답글

    라면스프보다 새우젓 넣어서 끓이면 굳인데.
    tv에 나온 대박집 레시피에도 새우젓 들어가더라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