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집

  어제 엄마에게 결혼할 계획이라고 말씀드렸다.

엄마 왈 집은??? 하셨는데...

너네는 집도 없이 결혼할 생각이냐고 한소리 들었다.

굳이 난 남자가 집을 해와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엄마는 남자는 집에 대한 비용은 일정부분 이상 지불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물론 집을 구매하는 것말고 '전세')

나와 돼지가 소득도 비슷하고 회사 연차도 비슷해서 지금까지 모아둔 돈도 비슷하고
(돼지쪽이 그래도 착실하게 조금 더 모아뒀다.)
앞으로도 비슷하게 벌 것이기 때문에
(난 정년이 보장되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직장생활 할 예정)
난 둘이 함께 대출을 받아서 집을 구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엄마는 돼지측 집안의 지원없이 시작하는건 나에게 손해라고 생각하신다.

너가 뭐가 부족?해서 모자라서 비슷한 경제적 조건의 남자와 결혼을 하는데 남자측 집안의 경제적 지원없이
(이른바 집도없이) 시작하려고 하느냐, 시작할 때 집이 있고 없고가 얼마나 다른지 아느냐 말씀하신다.
우리집에서는 오빠를 결혼시킬 때를 대비해 아파트를 한 채 구매해뒀고
가지고 있는 오래된 주택도 처분해서 결혼자금을 마련하실 생각이다.
그래서 그만큼 딸도 남자측에서 지원을 해주는 집으로 보내고 싶으신 보상심리가 있으신 것 같다.

그래서 남자측에서 전체는 아니더라도 2/3 정도는 비용을 지불하면 나머지는 우리측에서 보태서
같이 살 수 있는 전세집을 구했으면 하신다.

돼지네 집의 상황에서는 부모님이 현재 융통가능한 현금이 없으셔서인지 노후자금용이라서 쓰실 수 없는건지 잘은 모르겠으나
지원은 일절 없고 축의금만 우리를 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돼지와 내가 모은 돈으로는 전세를 구하기엔 턱없이 부족해서 대출은 불가피할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돼지쪽에서 아무런 지원없이 아들을 장가보내려고 하신다는 게 엄마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시는 모양이다. 

돼지네 집이 가난한 가정형편은 아니고 현재 토지 등등을 보유하고 계시긴 한데 
아들 결혼을 위해 처분하시기엔 애매한 상황이신 것 같다.
(향후 사업을 하실 노후자금인지 판매하려고 해도 매매가가 원하는만큼 되질 않다던지 
 나름의 사정이 있으신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리고 현재 일절 지원은 없을거다 잘라말하셨다고 하는데 돼지측 부모님께 지원해달라고 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우리집도 부유해서 우리오빠나 나의 결혼에 돈을 지원해주시는 게 아닌 이상
돼지측에선 지원없고 너네가 알아서 해라, 단 축의금은 너희 주마라고 하신게
우리집에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 상황이다.

엄마 왈,
부모 자식간에 큰 행사나 일이 있으면 서로 물질적인 도움이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자식이 결혼을 하는데 경제적 지원이 없다니 말이 되냐, 하는 입장이시다.
(우리집은 자식들한테 있는 돈, 없는 돈 퍼주시는 스타일이다.
  결혼 시에도 서로 줄만큼 주고 받을만큼 받자 하시는 스타일. 쿨하게 다 간소화하고 너네 알아서 해, 하시는 타입이 아니다.)

돼지측 집안에서 경제적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돼지가 대충 말해줬으나 난 '지원이 없다' 부분 이후로는 흘려들었다. 그런가보다 했음.)
나도 엄마를 설득시킬 논리가 부족하다.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돼지측 집안에서도 우리 집안에서도 서로 마음이 바뀔 의향은 쉬이 없을 듯 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엄마 말씀대로 내가 너무 순진하고 순수?한건가. 
집도 없이 무슨 결혼인지 남녀 서로 반반내서 결혼하면 내가 손해인건지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친구들도 이른바 '사'자 직업이 아닌 이상
혹은 앞으로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보유한 직업군의 남자와 결혼하지 않는 이상은 
남자측 집안의 지원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고 요즘 세태를 말해줬다.

현상황대로 진행하는 것이 결혼에 관한 일종의 '관례'에서 벗어난 일인가?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도와주지 않는 것에 서운해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남자측에서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마땅한 것인가?
지원을 받지 않으면 내가 손해보는 것인가?

잘 모르겠다.

여튼 오늘은 돼지에게 이 이야기를 해야할 것 이다.

시간을 더 미뤄서 둘다 돈을 더 모으고 돼지측 집안에서 지원해 줄 돈을 더 모아서 결혼준비자금을 마련하심이 맞지 않나하시는
엄마의 말씀이 옳은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든 간에 우리만의 기준으로 결혼을 이대로 진행하는 것인지
(하지만 난 부모님을 설득할 자신이 별로 없다.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난 이 결혼 절대 포기 못해요,라고 선언할 자신도 용기도 없으며
 엄마 말씀대로 미루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어지고 있으니.  
 그리고 우선 원활한 결혼과정을 통해서 부모님도 만족하고 좋아하는 남편과 결혼하고 싶으니까.)


우리의 생각없음? 혹은 현실감각 떨어짐? 혹은 순수함? 이 문제인가.
결혼에 관한 남자 여자의 역할 고정관념이 문제인가.

난 모르겠다 잘.








덧글

  • 2014/01/21 15: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21 16:0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JK아찌 2014/01/21 16:37 # 답글

    양쪽 집안 둘다 서로 아무것도 안해준다면 몰라도 한쪽에서
    무언가를 해준다면ㅍ바라는게 생기기 마련이지요.
    좋은 결과있으시길 ^^
  • 2014/01/21 18:0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1/21 19:3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y 2014/01/21 17:43 # 삭제 답글

    저도 비슷했는데 현금 지원 약간 있고 축의금 주셨는데 저희 어머니는 시댁이 넉넉하면서 왜 안 주시는지 이해를 못 하셨었죠ㅎㅎ제 남편은 전혀 받을 생각이 없었고요

    저도 받으면야 좋겠지만 남편이 원하는대로 하겠다는 마음이 확고했기 때문에 저희 어머니의 몇번의 공격을 제압하고 저희 하고 싶은대로 결혼했어요
    1) 니가 이렇게 받은 것 없이 결혼할 만한 애는 아닌데 < 그렇게 치면 제 남편도 제가 열쇠 세개 갖고 가야되게요?
    2) 정말 그렇게 안해주신다니? 재산도 있으신데 < 시댁에 재산이 있으신거랑 저한테 주시는 것이랑은 별론. 전 엄마아빠도 계속 재산가지고 계셔서 노후 잘 보내시는 게 좋음. 무리해서 주시는 것보다 부동산 가지고 시댁 노후대비 확실히 하시는 게 저한테도 더 좋음.
    3) 그 형제에게는 해줬다니 않지 < 저흰 거기보다 잘 벌잖아요
    4) 니가 원한다면 정말 부잣집에서 대우받으면서 시집갈 수 있는데..내 딸이 이런 취급을.. < 세상에 공짜는 없음. 그리고 제 남편도 그렇게 따지면 손나 부잣집에 대이으러 갈 수 있음

    등등 어머니의 콩깍지와 딸부심을 무찌르고; 그래서 제 남편이 맘에 안 드신다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남편만한 사람 보신 적 있으세요??등등의 공격을 추가하여서 결혼해서 잘 사는데

    결론은 그 돈 안 받으면 이 남자랑 결혼 안 할 것도 아니라면 그냥 어머님을 무찌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 2014/01/22 13:17 #

    우와 멋지시네요! 저도 어제 다시 얘기를 나눠봤는데 각자 부모님께 다시 의견을 여쭤보기로 했습니다. 차분하게 다시 얘기를 나누고 다시 상황을 파악하려고 해요. 부모님의 분노게이지가 높아진 원인이 섣부르게 제가 말을 있는 그대로 전한 것 때문은 아닌지 후회하는 중입니다ㅠㅠ 서로 이해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해요. 어느 한쪽이 양보하든 타협점을 찾든 더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덧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4/01/21 20:2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22 08:4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봉봉이 2014/01/21 23:13 # 답글

    일단 현세태라는건 정말 토나오는것이네요.
    그리고 오빠님의 집을 반쯤 떼달라고 하세요^^ 집까지 대출해서 결혼자금에 쓰면 노후는 오빠가 책임 지시는건지?....이런 시스템이나 생각이 저는 좀 그러네요
    지금 글쓴님 생각이 아주 훌륭하신거 같아요.
  • 2014/01/22 11:3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봉봉이 2014/01/22 11:59 #

    다른건 몰라도 부모님의 노후자금까지 손을 대는건 정말 아닌거 같아요.고생을 해도 젊은 자식들이 해야지 부모님들이 평생 지켜오신걸 저희가 편하게 받는건 아닌거 같아요. 오빠의 결혼도 그렇게 돈을 들여서 하지 않으면 남자친구에 대한 기대도 많이 없어질텐데 안타깝네요. 물론 부모님들의 생각도 현실에선 어느정도 일리가 있으시지만 이젠 바껴야 한다고 생각해요.힘내시길!!
  • 리카 2014/01/22 10:30 # 답글

    일종의 보상심리 같아요. 한국에선 며느리와 아들, 시댁과 친정이 대등하기 힘든 관계니까요. 그런 파워관계나 이런 결혼관습이나 둘 다 잘못된거죠... 바뀌려면 오래 걸리겠죠. 현제 문화가 그러니. 그래도 일단 맑님이 쓰신대로 결혼은 되도록이면 부모님도 만족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 2014/01/22 13: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1/22 16:5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22 17:2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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